"요즘 애들은 회식을 싫어해"라는 말, 정말 그럴까요? 이 글은 20년차 직장인의 눈으로 '싫다'는 감정 너머, '시간의 주권'과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세대 갈등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아보세요.
'요즘 애들은 회식을 싫어한다'는 질문, 무엇이 틀렸을까요?
이 질문은 '싫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틀렸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좋고 싫음이 아니라,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개인의 주체적인 결정과 관련이 깊습니다.
저도 2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며 수많은 후배들을 봐왔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저 역시 "우리 땐 안 그랬는데" 하는 '라떼'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그들은 회식이나 조직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키고' 싶었던 겁니다.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해진 업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시간의 주권: 나의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요?
퇴근 후의 시간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권리, 즉 '시간의 주권'은 누구에게나 존중받아야 합니다.
혹시 '시간의 주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개념은 간단합니다.
퇴근하고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다음 날 출근하기 전까지의 모든 시간은 월급에 포함되지 않은,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처럼, 그 시간의 사용처를 결정할 권리 또한 나에게 있다는 뜻이죠.
📝 시간 주권(Time Sovereignty)이란?
개인이 자신의 시간을 타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계획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 개인의 시간 희생이 당연시되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삶과 재충전을 존중하는 문화가 중요해졌습니다.
어떤 후배는 퇴근 후 영어 학원에 다니며 자기계발을 하고, 다른 후배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풉니다.
또 누군가는 그저 집에서 조용히 쉬며 내일의 업무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죠.
이 모든 활동은 '회식'보다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훨씬 더 현명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회식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네 돈 주고 산 책 말고, 내가 추천하는 책만 읽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선의일 수는 있겠으나, 명백한 월권이죠.
에너지 총량의 법칙: 왜 퇴근하면 방전될까요?
사람이 하루에 쓸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즘 직장인들은 단순히 몸을 쓰는 노동을 넘어, 복잡한 문제 해결과 끊임없는 소통 과정에서 엄청난 '감정 노동'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우리의 정신 에너지를 스마트폰 배터리에 비유해볼까요?
아침에 100% 완충 상태로 출근하지만, 수많은 회의, 보고서 작성, 예측 불가능한 이슈 대응, 여러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치며 배터리는 빠르게 소모됩니다.
퇴근할 땐 이미 10%도 채 남지 않은 '방전 직전'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 상태에서 갑자기 2~3시간짜리 '회식'이라는 고사양 게임을 추가로 실행하라고 하는 겁니다. 심지어 그 게임은 업무보다 더 고도의 사회적 기술과 감정 컨트롤을 요구하죠.
결과는 뻔합니다. 완전한 방전, 그리고 다음 날 업무 효율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 '조용한 퇴사'를 부르는 에너지 착취
개인의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면 번아웃이 오고, 결국 직장에 마음이 떠나는 '조용한 퇴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식 강요는 팀워크 향상이라는 원래 목적과 달리, 오히려 핵심 인재를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나누는 대화가 얼마나 생산적일까요?
억지로 웃으며 비위를 맞추는 자리에서 진정한 팀워크가 생길 수 있을까요?
오히려 부족한 에너지를 쥐어짜 내일의 업무 성과를 낼 소중한 자원마저 낭비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회식은 정말 필요 없을까요? (새로운 관점)
아니요, 강압적이고 비효율적인 회식은 없어져야 하지만, '잘 기획된' 소통의 자리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저는 모든 회식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강제성'과 '목적성'에 있습니다.
술만 마시는 소모적인 저녁 회식 대신, 다음과 같은 방식은 어떨까요?
중요한 것은 참여가 '즐거운 경험'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고, 모두가 동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때 비로소 회식은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회식을 싫어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A)
원칙적으로 회식 참여 여부가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업무 능력과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아직 일부 보수적인 조직이나 리더의 경우, 팀워크나 조직 융화도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는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 업무 시간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과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1-on-1 meeting), 효율적인 협업 툴(Slack, Notion 등)의 활용, 그리고 명확한 목표 공유와 역할 분담이 오히려 팀워크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업무 그 자체의 과정에서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